목록전체 글 (123)
치킨치의 세상 톺아보기
아내의 지인이 사는 복도식 아파트를 걷고 있다.오랫동안 빌라에 살아온 나에겐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확트인 시야가 어지러울 정도다.그 어지러움으로 눈을 감는 잠깐 동안 그 감각에 기시감을 느꼈다.어릴적 잠시 살았던 아파트 복도에서 뛰어놀았던, 그늘진 시원한 감각이 피부로부터 머리까지 치솟아왔다.이 곳은 내가 살았던 곳이 아니건만, 괜시리 앞과 뒤의 복도를 눈으로 휙 훓게 됐다.다른층 친척보다 가깝게 지냈던 같은층 동내형과 누나들은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을까?교회가 파한 후, 길을 잃어 두려움에 떨던 나를 이끌어주던 유치원 친구는 복을 받았을까?지금은 짧게만 느껴지는 이 복도와 돌계단에서 청춘 전 꾸밈없는 날을 보냈다는 것이 인생의 복이었다는 걸 새삼 알게됐다.그때는 그랬지.없어도 같이했고 있어도 나누었던 ..
언어의 감옥에 갇힌 한국 정치한국 정치는 오랜 시간 동안 ‘진보 vs 보수’라는 이분법적 프레임 안에서 움직여 왔다.이 단순하고 익숙한 구분은, 때로는 유용했지만 대개는 정치적 현실을 오도하고 왜곡하는 틀로 작용해 왔다.문제의 핵심은 ‘프레임’ 그 자체가 아니라,그 프레임이 언어로 고정되었다는 점이다.인간은 언어에 묶인 존재다. 동일한 사건도 어떤 단어로 불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누군가에겐 ‘개혁’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파괴’인 것처럼.이처럼 언어는 사고를 유도하고, 감정을 조직하며, 여론을 지배한다.그래서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감정의 장치다.그리고 그 장치는 지금, 현실을 오히려 가리고 있다. 보수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일들사전적 의미에서 보수는 익숙한 질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