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123)
치킨치의 세상 톺아보기
아빠의 사업실패라는 흔한 이유로,가족이 사글세방에 살던 때가 있었다.봉지라면 한개 반을 나누여 먹어야 할 만큼 가난했던 걸로 기억한다.나는 분명 신라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모를 돌리는 풍물놀이패가 그려진건 삼양의 ‘이백냥 라면’이라는 걸 오늘에야 깨달았다.아버지는 인생의 덧없음에 애가 타시는지 담배를 태우셨던 것 같다.미취학 아동이었던 나는, 구석에 앉아 색도 또렷하지 않은 작은 티비를 보는 것이 할 일의 전부였다.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피구왕 통키“의 오프닝곡.”아침 해가 빛나는~“으로 시작하는 쾌활한 곡조를 들을 때면 곧장 이렇게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사글세 건물는 안쪽으로 마당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이웃에 대학생(?) 형이 이웃으로 있었다.형은 어머니의 요청으로 나를 간지럽히며 자주 놀아주곤 했는데..
연어가 제 고향을 찾듣,사람 또한 과거 살았던 곳을 들를 때가 있다.향수가 나를 이끌어 그곳에 가기위한 계획을 세울 땐,오랜만에 어린시절 소풍의 기분을 잠깐 느낄 수 있다.대중교통과 두 다리만으로 뻔질나게 돌아다녔던 곳이다.자동차를 운전해 과거의 공간을 들러보면 이 짧은 거리를 그리 힘들게 다녔구나라는 젊은 나를 향한 뭉클함이 떠오른다.‘반가움’와 ‘아쉬움’이 이리 쉽게 찾아오는 감정일까.추억 가득한 공간도 나름대로의 사정에 따라 문을 닫는다.그 곳은 내 마음속 닻으로만 남아있구나.나의 기억이 낡음이 되었으니,거리의 미묘한 새로움에 닻이 사라질새라 얼른 그곳을 떠버린다.과거를 향한 여행은 이렇게 대부분 실망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하지만 마음 속엔 과거의 내가 남아있는 건지,또 다시 향수를 떠올리며 늦깎이..
출세어라는 게 있다.인간은 언어로 세상을 가르고, 이름으로 질서를 부여한다. ’출세어(出世語)’란 말도 그런 이름 중 하나다. 누군가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는 말들. 이름이든, 타이틀이든, 아니면 단지 어떤 낙인 같은 단어든. 그 사람의 존재를 지칭하며 끊임없이 덧붙여지는 수식어들이다.나는 종종 생각한다. 인간의 성장이란, ‘출세어’와 같은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태어났을 때 우리는 이름 하나 달랑 갖고 이 세상에 등장한다. 어른들이 붙여준 그 이름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 아니다. ‘예쁘다’, ‘똑똑하다’, ‘말을 안 듣는다’ 같은 말들이 그 이름 옆에 덧붙여진다. 유치원에서는 ‘모범생’, 학교에서는 ‘문제아’ 혹은 ‘전교 1등’ 같은 말이 따라붙는다. 우리는 그 말들을 등에 지고 살..
어릴 때 엄마 손 잡고 간 백화점.그 때 먹었던 경양식 돈가스에 맛이 입에 감돌아, 현재의 돈가스 취향이 된 것 같다.아직도 백화점에서 먹었던 경양식 소스의 맛을 또렷히 기억해낸다.옥상에는 작은 어린이 놀이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는데, 식사를 하기전이나 후에 꼭 이 시설에 들렀다.옥상 입구에는 동전을 넣고 렌즈에 눈을 대면 애니메이션 필름을 몇 분 감상할 수 있는 신기한 기계가 있었다. 하나는 별나라 손오공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아이용이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매번 엄마를 졸라 누나와 나는 그 기계에 동전을 넣고 몇 분 안되는 컨텐츠를 감상했다.그리고 축을 기준으로 빙글빙글 회전하는 로봇모형 기구를 탔다.로봇은 옥상 벽에 위치해 있었고 탁트인 시야를 가지고 있었는데, 회전할 때마다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