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치의 세상 톺아보기
왜 캣맘만 있는거지? 본문
오랜시간 궁금해하던 질문이 있다.
인간이 왜 고양이를 유독 사랑하는지부터 질문은 시작한다.
홀로 살아가기 벅찬 이 도시에서 왜 집사를 자처하는 이유가 단순히 예쁜 생물을 돌보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일까?
그렇기에 이번에 그들에게 숨겨진 감정의 위계와 사회적 의미를 고찰해보기로 했다.
도시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고양이와 그들을 위해 밥을 챙기는 사람들.
이른바 ‘캣맘’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궁금해진다.
왜 유독 고양이일까?
왜 이 사람들은 고양이에게는 특별한 애정을 쏟으면서,
비둘기나 쥐 같은 다른 도시의 생물들에겐 차갑기만 할까?
이 현상은 단순한 애호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인간의 감정 구조, 진화심리학, 사회적 학습, 그리고 도시 생태계의 권력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고양이를 향한 사랑은 곧 감정의 선택적 분배,
나아가 무의식적 차별의 한 형태일 수 있다.
1. 본능과 문화가 만들어낸 ‘사랑받을 자격’의 조건
인간은 본능적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외형에 끌리도록 진화해왔다.
큰 눈, 둥근 얼굴, 작은 몸집… 고양이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문화적 학습은 본능을 정교화한다.
어릴 때부터 고양이는 미디어와 콘텐츠에서 ‘사랑받는 캐릭터’로 반복 재생산되어 왔다.
애니메이션의 마스코트, 귀여운 이모티콘, 위로를 주는 유튜브 영상 속 고양이.
반면, 쥐는 병균의 상징, 뱀은 배신의 상징으로 학습된다.
결국 인간은 동물을 바라볼 때, 생물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투영된 문화적 프리즘을 본다.
이것이 바로 고양이가 유독 ‘사랑받을 자격’을 얻는 메커니즘이다.
2. 고양이와 캣맘, 도시에서 마주한 감정의 경계
그렇다면 왜 ‘캣맘’만 유독 눈에 띄게 많은가?
개와 달리 고양이는 도시에서 야생성과 반려성의 경계에 존재한다.
인간 없이도 살아가지만 완전히 야생적이지도 않다.
이 애매한 존재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감정을 투영할 여지를 남긴다.
거리를 두지만 가끔 다가오는 고양이의 태도는,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거리감을 두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았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한다.
“그냥 밥을 주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밥을 주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언론과 커뮤니티는 이들을 ‘캣맘’이라는 사회적 군으로 묶는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행동이 아닌,
도시적 감정 구조의 집단적 반영이다.
동시에 고양이에겐 구조가 아닌 ‘현장에서의 생존 지원’이라는 독특한 보호방식이 형성된다.
3. 선택적 공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차별의 그림자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왜 그 사랑이 특정 생물에만 집중되며,
다른 생물에겐 무관심하거나 혐오로 작용하는가다.
이는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선택적이고 위계적인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구조는 때때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존재하는 차별을 가려버린다.
같은 고양이 안에서도 품종묘와 길고양이는 다르게 취급된다.
어떤 생물은 구조되고 어떤 생물은 쫓겨난다.
이쯤 되면 질문해야 한다.
인간의 애정은 정말로 대상에게 향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기 위안을 위한 반사적 행위인가?
고양이를 통해, 인간을 들여다보다
인간이 고양이를 유독 사랑하는 것은 그들의 외형이나 습성 때문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인간의 감정 구조, 사회적 학습, 도시 생태의 권력 구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캣맘 현상은 그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현상이 아니라,
현대 도시인들이 감정의 빈틈을 채우는 하나의 방식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특정한 존재에만 집중되는 순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전에 그 감정의 방향과 깊이를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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