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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석촌호수 서호] 주민들의 비밀공간: 일다경 카페 후기 본문
서울 석촌동, 햇살이 가장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후 2시.
아기와 함께한 잠깐 가벼운 걸음으로 외출을 했는데, 평온한 카페를 찾아 걷다가 일다경이라는 작고 조용한 공간을 만나게 되었다.
카페는 석촌호수에서 멀지 않은 동네 안쪽 골목에 자리해 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8호선 석촌역으로, 도보로 약 10분 남짓 소요된다.
산책하듯 걷기 좋은 거리지만, 아기와 함께라면 유모차를 밀며 이동하는 데 조금의 여유는 필요하다.
주차 공간은 카페 바로 앞에 마련되어 있으나 협소한 편이라,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잠시 기다림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조차 잠시,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다른 리듬으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에 금세 마음이 풀린다.
골목 안에 자리잡은 카페인 만큼 공간은 크지 않다.
또 프랜차이즈처럼 전자기기를 펼쳐놓고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 대신, 가까운 사람과 담소를 나누기에 딱 좋은 간격과 따스한 조명이 인상적이다.
(바로 옆에 런던테이블이라는 유명한 식당이 있는 것도 메리트라면 메리트다)
조용한 음악이 은은히 흐르고, 바스러질 듯 부드러운 오후 햇살이 창가를 타고 내려오면,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마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날 우리가 고른 메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떼, 그리고 레몬 마들렌 두 개.
커피는 산미가 살아 있는 원두를 사용해 깔끔한 인상이 남았다.
무겁지 않아 오후에 마시기 딱 좋았고, 라떼도 부드럽게 균형을 잘 잡고 있었다.
레몬 마들렌은 아기가 먹을 생각에 살짝 맛만 봤지만, 폭신한 식감에 은은한 달콤함이 어우러져 꽤나 정성스러운 디저트였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았던 건, 마들렌을 직접 따뜻하게 데워서 자리로 가져다주신 그 순간이었다.
별다른 말 없이 건네받은 작은 접시 위에 담긴 배려는, 아이와 함께한 나에게 깊이 스며드는 온기였다.
그 따뜻함은 공간의 온도보다도 먼저 마음을 감싸주었다.
‘일다경’은 혼자 책을 읽기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혹은 나처럼 아이와 함께 조용한 시간 속을 걷고 싶은 사람에게도.
언젠가 다시 찾게 된다면, 그건 공간이 아니라 그 날의 기억을 만나러 가는 일이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일다경’은 단순한 카페 그 이상의 장소로 남았다.
📍 일다경
• 위치: 석촌고분역 2번 출구 도보 8분
• 추천 메뉴: 아이스 카페라떼, 레몬마들렌
• 분위기: 조용한 지역 주민들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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